운암창작전집 5(운암조신권 교수 전집 25)
명작의 숲을 거닐며
-풍성한 삶을 위하여-
문예수필집
조신권 지음
아가페문화사
명작의 숲을 거닐며 -1
어른이 되어도
어린 시절의 감수성과 동심은 잃지 말았으면!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분해와 감상-
조 신 권(연세대 명예교수/총신대 초빙교수)
∥금언묶음∥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What makes the desert beautiful is that somewhere it hides a well.
“별이 아름다운 것은 거기에 눈으로 볼 수 없는 한 송이 꽃이 피어 있기 때문이다.”
The stars are beautiful, because of a flower that cannot be seen.
“인간들은 이미 길들여진 것만 안다.”
One only understands the things that one tames.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What I see here is nothing but a shell.
“마음으로 보아야만 바르게 볼 수 있다.”
It is only with the heart that one can see rightly.
위에 든 금언과 같은 글들은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 앙트아느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ery, 1900-1944)의 작품, 『어린왕자』(Le Petit Prince= The Little Prince)에 나오는 아주 쉬우면서도 속내 깊은, 사람의 마음을 여지없이 사로잡는 명구들이다.『어린왕자』는 총 27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동화 범주에 속하는 문학 작품이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어른에게 더욱 걸맞은 아주 짧은 이야기책이라 할 수 있다. 문장이 간결하고 매력적인 삽화가 여럿 들어 있어서 읽어나가는 데 별 무리는 없지만, 자주 나오는 금언과도 같은 난해한 말들이 희한한 매력과 함께 당혹감을 금치 못하게 하기도 한다.
어느 날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한 비행사 ‘나’는 이상한 복장의 어린아이를 만난다. 그 소년은 아주 작은 혹성의 왕자였다. 투정만 부리는 장미꽃을 별에 남겨두고 여행길에 오른 왕자는 여섯 개의 별을 순례하고 지구에 왔다. 여섯 개의 별에는 각기 명령할 줄밖에 모르는 왕(남에게 군림하려고만 드는 어른), 남들이 박수 쳐 주기만을 바라는 허영꾼(허영 속에 사는 어른),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 그걸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꾼(허무주의에 빠진 어른), 우주의 5억 개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고 되풀이해 세고 있는 상인(물질만능주의 어른), 1분마다 한 번씩 불을 켜고 끄는 점등인(기계문명에 인간성을 상실한 어른), 아직 자기별도 탐사해 보지 못한 지리학자(이론만 알고 행동이 결여된 어른) 등이 살고 있다.
어린왕자는 우연히 아름다운 장미가 가득 피어 있는 정원을 보고 지금까지 단 하나의 장미를 갖고도 부자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초라해져서 그만 풀밭에 엎드려 울고 만다. 그러다가 어린왕자는 부지중에 나타난 타락한 현대인들 중에서는 그래도 지혜로운 사람을 상징하는 도인(道人)에 가까운 한 마리의 여우를 만나게 된다. 너무 쓸쓸한 탓으로 친구가 되자고 제의했으나, 그 여우는 길이 들지 않아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길들인다’는 것이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것은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한다고 말하며 이렇게 설명해 준다.
“지금 내가 보기에 당신은 아직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어린 소년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없어도 괜찮아요. 당신 또한 내가 없어도 괜찮구요. 당신이 보기에 나는 수많은 여우와 다를 게 없으니까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돼요. 당신은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고, 당신에게 있어 나 역시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될 겁니다. . . . 나는 닭을 사냥하고, 인간들은 나를 사냥하지요. 모든 닭들이 비슷하고 또 사람들도 모두가 비슷해요. 그래서 나는 좀 지루해요. 그러나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나의 생활은 태양이 빛나는 것처럼 밝아질 거예요. 다른 사람들의 발자국소리와 다를 당신의 발자국소리를 알게 될 거예요. 다른 사람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면 급히 땅굴로 들어가 버리지만, 당신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면 음악이라도 듣듯이 굴에서 뛰어 나올 거예요. 그리고 저길 봐요. 저기 푸른 밀밭이 보이지요? 나는 빵을 먹지 않아요. 밀은 나에게 소용이 없어요. 밀밭은 나에게 생각나게 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건 슬픈 일이지요. 그러나 당신의 머리칼은 금발이군요. 당신이 나를 길드여주면 당신의 금발머리칼은 더욱 아름답게 보일 거예요! 황금 빛 밀을 보면 당신 생각이 나겠지요. 그러면 밀밭을 일렁이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조차도 사랑스러울 거예요. . . . 제발 나를 길들여 줘요. . . . 인간들은 이미 길들여진 것만 알아요. 그들은 무엇을 알 시간이 없어요. 그들이 상점에서 사는 모든 것은 기성품이죠. 그러나 우정을 파는 상점은 없으니 인간들은 친구가 없어요. 당신이 친구가 필요하다면 나를 길들여 가져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만일 자기를 친구로 사귀고 싶다면 자기를 길들이라고 일러준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여우를 길들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우는 말이란 오해의 원천이 되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매일같이 자기를 그저 보러 오라고만 당부한다. 여우는 말이 앞서는 우정보다는 마음과 마음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우정의 방식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길들여진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독특한 의미를 지닌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여기서 태어난다고 하는 것은 보이는 어떤 관계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랑의 관계로 변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길들인다’고 하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아 알게 된 어린왕자는 정원에 핀 그 수많은 꽃들이 자기가 소혹성에 남겨두고 온 장미와는 조금도 닮지 않았으며, 자기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길들였기 때문에, 그래서 나의 것이기 때문에 그가 세상에 오직 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이고, 그를 위하여 마음을 쏟는 귀중한 시간들 때문에 그가 더없이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되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숱한 사람들 속에서 한 사람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사막에서 비행기 고장을 수리하기 시작한지 여드레째 되는 날이다. ‘나’라는 내레이터는 물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시면서 장사꾼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그러고 나서 “나도 우물이 있는 데로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구나”하고 말하자, 어린왕자는 여우에게서 들었던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에요”라는 말을 ‘나’에게 들려주었고 ‘나’라는 내레이터는 이런 말로 화답했다.
“맞아. 집이나 별이나 사막이나, 그들을 아름답게 하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껍데기에 불과하지. 가장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아.”
‘나’라는 내레이터와 어린왕자는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막으로 걸어 나갔다. 사실상 어린왕자는 ‘배고픔도 갈증도 없고, 햇빛만 조금 있으면 되는’ 존재였지만, ‘물은 마음에도 좋을 수가 있다’고 생각해서 ‘나’와 함께 샘물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샘물을 찾아내게 되고 ‘나’라는 내레이터가 두레박으로 물을 퍼서 올렸다. 입에다가 대주는 두레박의 물을 어린왕자는 눈을 감은 채 꿀꺽꿀꺽 마셨다. 그것을 보면서 ‘나’라는 내레이터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 물은 축제날의 음식처럼 맛이 있었다. 이 물은 참으로 보통 음식과는 달랐다. 이 물이 맛있는 것은 별빛아래 밤길을 걸었고, 도르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내 두 팔로 퍼 올린 물이기 때문이었다. 이 물은 선물처럼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의 불빛, 자정미사의 성가소리, 다정하게 미소 짓는 얼굴, 내가 받던 선물 같았다.”
세상은 샘물이 없는 사막과 같다. 그러나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가에 샘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 샘물은 그 무엇으로도 찾을 수가 없다. 참 지혜와 사랑을 자기의 벗으로 삼을 줄 아는 어린왕자 곧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갈 때만 가능하다. 물을 마시고나서 축제날의 음식처럼 맛이 있다고 한 것을 보면 마음과 영혼의 갈증이 해소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다는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이다. 배움과 소통을 통하여 어린 아이들은 금 새 진의를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어른들과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우를 통해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사랑의 관계도 깨달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 어린왕자는 자신의 고향 소혹성에서 길렀던 그 장미꽃이 지구에 있는 똑같은 모양의 5천 송이의 장미꽃과 다른 유일한 꽃이라는 것을 알마침내 어린왕자는 자기가 마음을 쏟아 ‘길들인’ 장미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자기 별로 돌아간다. 왕자가 작별 인사를 할 때 여우는 선물로 비밀을 하나 더 가르쳐 준다.
“내 비밀은 별 게 아니에요. 마음으로 보아야만 바르게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매우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지요. . . . 당신이 그 꽃에 바친 시간 때문에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예요. . . . 인간들은 이러한 진리를 잊고 있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걸 잊어서는 안돼요. 당신은 당신이 길들인 것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예요. 당신의 장미에도 당신은 책임이 있어요.”
이렇게 어린왕자는 여우를 통해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사물이 바로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지까지 어른들이 ‘모자’라고 보아온 ‘웬 모자 같은 그림’을 어린왕자는 보고 그것을 모자로 보지 않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으로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어린왕자가 마음으로 그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린왕자는 ‘나’라는 내레이터가 만났던 사람들과는 다른 눈, 즉 ‘진실과 진리를 보는 눈’, 곧 마음의 눈을 가지고 사물을 보았던 것이다. 이것이 어린 아이들이 갖고 있는 순수함과 동심이라 할 수 있다. 무조건 ‘보이는 것’과 ‘보임’을 중시하는 이 세상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런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나 나에게 이로운 것이 아니면 우리는 무관심하고 속된 말로 신경을 끄고 살아가는 이기주의에 절여져 있다. 그러나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잊고 살아가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것이나 보이는 것만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랑이나 우정 또는 진리나 진실과 같은 소중한 것에 무관심한 경우가 너무나 많다.
작은 별을 떠나 많은 다른 별들을 거치고 많은 만남을 이루면서 살아오면서도 어린왕자는 사실상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하였었다. 그러다가 지혜로운 여우와의 만남을 통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을 통해서 바라보아야 게 된다.
어른들은 사랑도 대개는 소유의 관계로 보지만 어린왕자와 같은 순수한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인격적인 존재의 관계로 보는 것이다. 소중한 것을 소중한 것으로 알고 그것에 사랑의 진심을 쏟으면 서로가 길들여져서 유일한 존재가 되고 하찮은 것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발자국소리나 머리칼의 색깔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고 삶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게 된다. 타락한 사람들은 길들여진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소중하다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소홀해지고 배신을 일삼기 일 수다.
어린 왕자가 네 번째로 찾은 별은 사업가의 별이다. 실업가는 왕자가 인사를 해도 듣는둥 마는둥 계산에 열중하고 있다. ‘3에 2를 더하면 5, 5에 7를 더하면 12. . . . ’ 담뱃불이 꺼진다고 왕자가 주의를 주자 담뱃불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다면서 더하기를 계속할 뿐이다. 그렇게 계속해 보니 이제 5억 162만 2731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물었다. “뭣이 5억이나 된다는 것인가요? 왕자가 이렇게 다시 묻자 “이따금 하늘에 보이는 저 작은 것들이다.” “별?” “아니, 금빛을 하고 게으름보들에게 제멋대로 꿈을 꾸게 만드는 작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따위 쓸모없는 꿈 따위를 꿀 틈이 없단다.” “아아, 별 얘기군요. 하지만 5억이나 되는 별을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뭘 하긴, 그저 갖고 있을 뿐이지.” “별을 그렇게 많이 가져서 무슨 소용이 있나요?” “부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된다.” “부자가 되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다른 사람이 별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살 수 있지 않겠느냐.” “그렇지만 그 많은 별을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관리를 하는 거지. . . 내가 가지고 있는 별의 숫자를 작은 종이 위에 적고 그것을 은행의 비밀금고 속에 넣어둔단다.” 지구 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이 보이는 것에 집착해서 아귀다툼을 한다는 것이다. 어린 왕자가 만난 여우는 이런 보이는 것들에 대한 집착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길들여지지 않으며 그래서 사랑의 관계가 이루어지질 않는다고 가르쳐준다.
그것은 첫사랑의 순수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믿고 사랑의 관계를 열었으면 인내할 줄도 알아야 하고 책임질 줄도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 테마라 할 수 있다. 어린왕자는 그런 진리를 깨닫고 자기의 별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기의 별로 돌아가기 전에 그는 이런 말을 한다.
“지구사람들은 한 뜰 안에서 장미꽃을 5000개나 만들고 있지만, 자기네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 찾고 있는 게 단 한 송이 장미꽃 속에도, 한 모금의 물에도 있는데, 하지만 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단다. 마음으로 찾지 않으면. . . ." 어린왕자에게는 어린아이다운 순수한 감수성과 마음이 남아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마음이 팔리면 나머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중요한 것이 뭣인지를 잊게 되는 것이다.
이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 자신이 1935년에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하여 5일 동안 생사의 지경에서 헤맨 일이 있었다. 이 겪은 모진 시련과 고통의 체험이 이 작품을 낳는 생산력이 되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현대의 정신적인 좌절, 절망 상황에서 어떻게 구원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이 작품의 주요 테마를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그 구원은 이 작품의 마지막 대목에서 볼 수 있는 우물의 발견으로 상징되고 있는데, 이 우물을 발견하는 길을 안내한 것은 바로 어린왕자인 점이 중요한 뜻을 가진다. 즉 어린왕자는 예수 그리스도가 말씀하신 구원의 조건이 되는 동심의 본질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어린아이의 마음 곧 주님의 마음을 회복할 때까지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우물을 찾아낼 수가 없다.
어린왕자가 그가 여행 중에 별들의 세계에서 만났던 어른들 곧 전제적인 왕, 위선 속에 살아가는 허영장이, 허무주의에 빠져 있는 술꾼들, 돈을 제일로 아는 장사꾼들, 기계 문명에 인간성을 잊어버린 점등인(點燈人), 이론만 번지르르 할 뿐, 행동은 없는 지리학자에 대한 철저한 실망과 불신감을 나타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잃었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린왕자와 지혜를 표상하는 여우와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신이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아쉬워하게 될 게요. 나에게는 당신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사람이 될 게요. 당신에게는 내가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것이 될 것이요.”
또한 어린왕자가 장미들에게 한 말에서도 그 소중하고 아름다운 관계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너희들은 아름다워. 하지만 너희들은 비어있어. 아무도 너희들을 위해 죽을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인 내 장미도 멋모르는 행인은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내겐 그 꽃 하나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것은 그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덮개를 씌워준 건 그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준 건 그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준 건 그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때로는 심지어 침묵까지 들어준 내 꽃이기 때문이야. 나의 장미이기 때문이야”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참을성 있는 노력, 긴 시간이 필요한지 모른다. 사랑은 생활을 환하게 밝혀주고, 심심함을 살지게 해주며, 아무 의미도 없던 밀밭까지를 사랑하게 해준다. 어린왕자는 다른 별들에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의 야릇함과 알약을 먹어 갈증을 없애 버리는 어리석음, 목적 없이 달려가는 사람들의 허망함을 느낄 줄 알고 있었다. 그는 일상에 안주하거나 기계적인 삶을 사랑가는 것을 용납하질 않았다.
현실적인 것밖에 알지 못하는 어른들이나 굳어버린 상상력과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어른들은 어린 아이들이 인형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아름다움을 알수가 없다. 어른이 되어도 이런 어린 시절의 감수성과 어린 아이의 신성한 상상력 및 동심의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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