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숲을 거닐며 -4
아름다운 정원을 원한다면 허리 굽혀 땅을 파야하지 않을까!
-에드거 A. 게스트의 “결실과 장미”
조 신 권(연세대 명예교수/총신대 초빙교수)
∥명시에로의 초대∥
작든 아주 크든
온갖 꽃들이 여기 저기 피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원한다면
허리 굽혀 땅을 파야만 한다.
원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엔 아무것도 없으니,
우리가 원하는 것이 어떤 가치 있는 것이던
반드시 일을 해서 얻어야 한다.
그대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 속에 들어 있는 참된 의미를 생각하라.
결실이나 장미꽃을 얻기 원한다면
그대 끊임없이 흙을 파야만 한다.
-에드거 게스트의 “결실과 장미”의 전문
The man who wants a garden fair,
Or small or very big,
With flowers growing here and there,
Must bend his back and dig.
The things are mighty few on earth
That wishes can attain.
Whate'er we want of any worth
We've got to work to gain.
It matters not what goal you seek
Its secret here reposes:
You've got to dig from week to week
To get Results or Roses.
-Edgar A. Guest, "Results and Roses"
에드거 게스트의 생애와 작품
위에 실은 명시는 에드거 A. 게스트(Edgar Albert Guest, 1881-1959)라는 미국 시인의 작품이다. 일명 에디 게스트라고도 하는 에드거 게스트는 1881년에 영국 버밍햄에서 태어나, 1959년에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소천한 20세기 초반기에서 중반기까지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던 미국의 국민 시인이다. 에디가 10살 되던 해인 1891년에 영국에서 미국으로 가족과 함께 이주해서 디트로이트에 정착했다. 그 이후 1895년부터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Detroit Free Press)지의 원고를 복사해 오는 일을 담당하는 사동(copy boy)으로 시작해서, 경찰 기자, 교환편집 기자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1904년에 게스트가 처음 진행하기 시작했던, ‘가벼운 농담’이라는 뜻도 있는 “왕겨”(Chaff)라는 첫 번째 주간 칼럼이 결국 미국 전역에 있는 300 여 신문에 동시 보도되는 게스트의 일간 칼럼, “아침 식탁에서의 채팅”(Breakfast Table Chat)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세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의 네 번째 시집인 『생활 쌓기』(A Heap o' Livin')는 백만 부 이상 판매됐다고 한다. 그는 1931년부터 1942년까지 시카고의 NBC 라디오 방송에서 매주 방송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1906년에 넬리 크로스만(Nellie Crossman)과 결혼을 했고 두 명의 아이를 두었다. 게스트는 신앙이 돈독한 메이슨 감독교회의 회원이었고, 그의 생애의 거의 마지막 때인 1955년에는 미시간 대학교로부터 몇 개의 명예 학위도 받았다.
그의 첫 번째 시는 1898년 12월 11일에 그가 리포터로 일하던『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신문에 실린 것이다. 그는 1902년 21세 때 미국으로 귀화하여 미국시민이 되었다. 40년 동안 게스트의 시는 북미 전역에서 널리 읽혀졌었다. 그의 감성적이고 낙관적인 시들은 같은 기간 동안 같은 신문의 칼럼을 썼던 닉 케니(Nick Kenny)의 경묘하고 유머러스한 시와 동일한 계열에 속한다. 1959년 죽을 때까지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에서 출판한 그의 작품집에 따르면 11,000편의 시를 썼는데, 약 300개의 신문에 동시 발표되었고 20권 이상의 책으로 수집되었다. 게스트의 중요한 작품집으로는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는『생활 쌓기』와『중요한 모든 것』(All that Matters),『아침식탁에서의 채팅』,『소박한 사람들』(Just Folks), 『인생의 고속도로』(Life's Highway), 『어머니』(Mother),『바로 여기』(Over Here) 등을 들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시집은 『생활 쌓기』와 『소박한 사람들』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취재된 소재를 가지고 쓴 시들이다. 그의 시 가운데는 문학성이 높은 시가 그리 많지 않지만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시들은 아주 많이 있다. 그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명시가 아마도 “할 수 없다”(It Couldn't be Done)라는 시와 “끝까지 해보라”(See it Through)는 시일 것이다. 이 두시 중에서 전자 한편만을 영어 원문을 제외하고 우리말 번역문으로 더 소개해 두겠다.
1) ‘할 수 없다’는 말은 글이든 말이든 가장 나쁜 말이다./비방과 거짓말보다 더 많은 해악을 끼친다./그 말로 수많은 강한 정신들이 파괴되고,/그 말로 수많은 목표가 죽어간다./그것은 매일 아침 경솔한 사람의 입술에서 튀어나오고,/하루 내내 우리가 필요한 용기를 강탈한다./그것은 우리들의 귀에 적시에 보내는 경고(훈계)처럼 들리고,/우리가 아첨하고 중도에 포기할 때 비웃는다.
2) ‘할 수 없다’는 말은 허약한 노력의 애비요,/공포와 열성 없는 일의 근원이다./그것은 현명한 장인의 노력을 약화시키고,/고생하는 사람을 나태한 꾀부리는 자로 만든다./그것은 망상으로 사람의 영혼을 해치고/어릴 때 너무나 많은 계획으로 질식시킨다./그것은 정직한 노고를 공공연한 조소로 맞고/한 사람의 희망과 꿈을 비웃는다.
3) ‘할 수 없다’는 말은 부끄러움 없이 한 마디도 해서는 안 되고,/그것을 말한다고 하는 것은 수치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그것은 날마다 야망과 용기를 부수어버리고,/그것은 인간의 목적을 말라죽이고 목표를 감소시킨다./그대의 잘못에 대해 온 증오심을 다해 경멸하고,/머리로 찾아들어오지 못하도록 거부하라./그대 공포의 노예로서 그것에 반항하면/그러면 그대는 언젠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4) ‘할 수 없다’라는 말은 야망의 적,/그대의 의지를 무너뜨리기 위해 매복해 있다./그것의 먹이 감은 사명을 가진 사람,/용기와 인내와 기량에게만 굴복한다./깊은 불멸의 증오심을 갖고 그것을 미워하라./그것이 일단 용납되면 어떤 사람도 파괴할 것이다./그대의 목표가 무엇이든 끊임없이 추구하며,/‘나는 할 수 있다’고 그 악마에게 대답하라. (-에드거 게스트의 “나는 할 수 없다”의 전문).
게스트의 시는 대부분 일상적인 생활의 지혜와 용기 및 생의 긍정성을 강조하고 고취하고 있다. 그래서 사업가들과 신문사 기자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나도 게스트의 시를 아주 좋아한다. 후일 기회가 되면 그의 시를 더 번역해서 소개하겠다.
주인이 게으르면 개도 불결한 법
게스트의 시 두 편을 위에서 소개했지만, 너무나 쉬워서 달리 해설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는 시적 예술성을 추구한 시인이라기보다는 열심히 일하면서 일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려고 애쓴 사회성이 강한 시인이었다. 그래서 미국 국민들은 그를 사랑했고, 그의 장례식장에서 공식적으로 그를 국민시인으로 명명하게 되었다.
“결실과 장미”와 “나는 할 수 없다”라는 두 시의 메시지는 노동의 아름다움과 고귀함, 생의 긍정성과 적극성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실과 장미”에서는 “아름다운 정원을 원한다면/허리 굽혀 땅을 파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고, “할 수 없다”라는 시에서는 ‘할 수 없다’라고 표현하는 삶의 소극성과 부정성은 수많은 강한 정신을 파괴하고, 사람의 영혼과 목적과 의지를 무너뜨리고, 야망과 용기를 부서뜨리며, 사람으로 하여금 헛된 망상이 따라다니게 하고, 나태하게 하며, 정직한 노력을 싫어하는 그런 희망과 꿈을 잃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인 ‘아름다운 정원을 원한다면’이라는 표현에 있어서 ‘정원’은 실제적으로 나무가 있고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정원’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실상은 모든 면에서 땀을 통해 거둬들이는 ‘결실’, ‘성취’, ‘성공’, ‘업적’, ‘행복’ 같은 ‘소중한 수고의 대가로서의 정원’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인용한 두 명시의 숲을 거닐 때, 깊은 상념으로 떠오르는 것은 ‘일’(노동)과 ‘휴식’, ‘노력’과 ‘결실’ 같은 인생의 기본적인 문제다. 우리가 모두가 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일은 실질적인 인격 수양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최고의 스승이 될 수도 있고, 우리 인간의 복종심과 자제력, 주의력과 적응력 및 인내심을 키워주고 단련시켜줄 수도 있다. 일은 특수한 일을 하는데 필요한 재주와 기술을 길러주기도 하고,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소질과 재능을 길러주기도 한다. 게으름은 녹이 철을 좀먹듯, 사람들 뿐 아니라 가족, 교회, 국가 사회 공동체의 정신도 좀먹는 수가 많다. 주인이 게으르면 아무리 아끼고 사랑하는 애완견이라 할지라도 불결한 것을 많이 볼 수가 있다.
본 필자는 로버트 버턴(Robert Burton)이 쓴 『우울의 해부』(Anatomy of Melancholy)라는 책을 읽다가 감명 받은 구절을 제1부 2장 6절에서 발견하였다. “게으름은 몸과 마음을 해치는 독이고 나쁜 버릇을 키우는 양성소이며 모든 해악의 어머니이고 일곱 가지 대죄 가운데 하나이며 악마의 쿠션이자 베개이자 거처이다. . . . 게으른 개는 불결하다. 게으른 인간 역시 불결함을 면하기 어렵다. 게으른 몸보다 더 나쁜 것은 게으른 마음이다. 일하지 않고 잔재주만 부리는 것은 영혼을 좀먹는 역병이자 그 자체가 지옥이다. 벌레와 불결한 곤충이 고인 물에서 번식하듯 악마와 부패한 생각은 게으른 사람 속에서 자란다. 그리하여 영혼까지 오염된다.”
종교개혁자 루터는 세상을 떠나며 현금이나 그 어떤 재산도 남기지 못했다. 그는 너무 가난하여 세공, 정원손질, 시계제작으로 가까스로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는 육체노동을 하며 인격을 갈고 닦았다. 그리하여 그는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로서, 독일의 어떤 군주보다도 널리 존경과 추앙을 받았다. 그가 추앙을 받은 이면에는 물론 하나님이 계셨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는 신자들이라 할지라도 ‘아름다운 정원을 원한다면 허리 굽혀 땅을 파지 않으면’ 그 소원을 성취할 수 없다. 루터는 정원의 땅을 파고 고르고 거름 주고 씨 뿌리고 물주고 가꾸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일 뿐 아니라 수많은 그의 육체적 단련을 통해 강한 정신의 열매를 맺을 수가 있었다.
루터가 한 일은 일상적인 임무와 직결된다. 일상적인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은 재산이 없을 수도 있고, 풍부한 지식이나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일에 대한 열정과 풍요로운 정신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정직하고 진실하며 성실하였다. 이런 사람들은 아름다운 정원을 가질 수가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과 근면의 미학
근면(diligence)이란 힘찬 모습으로 자기 체력의 한계 내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며 일할 때에는 일하고 쉴 때는 쉬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기계와 과학문명이 발달되었다 하더라도 근면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가치 있는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게으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게으른 사람은 시간과 재능을 낭비하고 기회를 상실할 뿐만 아니라 건강을 상실하기 쉽고 요절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게으른 사람은 공짜를 좋아하고 유혹 앞에 쉽게 굴복할 수도 있고, 또 그들에게는 가난이 군사처럼 몰려올 수도 있다.
미국 최초의 철학자였으며, 정치인이었고, 과학자였으며 최초의 미국대사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성실과 부지런함으로 큰 업적을 이룬 사람이다. 그는 독실한 청교도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학교라고는 고작 1년밖에 다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독서를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었던 사람이다. 그에게는 두 사람의 훌륭한 스승이 있었는데, 그들은 어머니와 담임목사였다. 어머니는 자녀에게 매일 잠언 22장 29절을 들려주었다. “네가 자기의 일에 능숙한(근실한) 사람을 보았느냐 이러한 사람은 왕 앞에 설 것이요 천한 자 앞에 서지 아니하리라.”
프랭클린이 만약 게을렀다면 아마도 어마어마한 다음과 같은 업적들을 남겨놓은 사람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는 하모니카와 가로등을 발명한 사람이었으며, 그는 최초의 정치 만화가인 동시에 당대의 최고 수영선수였다. 또한 그는 이동 순회도서관을 처음으로 제도화 한 사람이고, 걸프 해류와 피뢰침을 발명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최초로 썸머 타임을 도입한 사람이었으며,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4번이나 역임했던 사람이다. 그는 우편을 통한 신문 배달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미동북부 지역 태풍 경로를 처음으로 그려내기도 하였다. 그는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관리하는 청소과를 처음으로 창설한 진실로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그는 부지런하게 탐구하고 열심히 일을 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며 재물을 탕진하는 사람에게는 재물이 붙어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생업에 힘쓰는 사람은 생활이 안정되고 재물도 모이게 된다.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땀 흘려 일하는 것이다. 근로의 소중함을 알고 성실하고 정직하고 충성스럽게 일하고, 그 땀의 대가를 받고 사는 것이 진정으로 건강한 삶이요, 풍요로운 삶이다. 근면과 끈기는 성공의 열쇠다. 그러나 그것은 목적과 방법이 좋아야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가치 없는 일을 열심히 한다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열심히 하는 것은 손해와 후회만을 안겨주게 된다. 따라서 현명하게 근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성공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 형'의 생활습관을 가진 근면한 사람에게 미소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게스트는 『수확과 장미꽃』에서 “원한다고 그냥 얻어지는 건 이 세상에 없다. 우리가 원하는 그 어떤 가치도 반드시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때 비로소 그는 아름다운 정원 곧 인생의 결실과 성취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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