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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에는 '내일이면 집지리'라는 이름의 새가 있다고 한다. 이 새는 날씨가 따뜻한 낮에는 실컷 놀고먹다가 밤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고
추워지면 오들오들 떨면서'날이 새면 당장 집을 지어야지'하고 결심한다. 그러나 날이 밝아 햇볕이 나서 다시 포근해지면 바로 지난밤 추위에 떨며
했던 결심을 새까맣게 잊고 놀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또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되면 그제서야 '아이고,추워라.내일은 날이 새자마자 바로 집부텨
지어여지'하고 후회를 한다. 그러나 그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낮에는 놀고 밤엔 달달 떠는 생활을 계속한다.인간의 게으름과 편의에 따른
망각,의지 부족을 풍자하는 이야기히다.
'내일이면 집지리새와 완전히 반대인 새가 있는데 '내일은 추우리'라는 이름의 새이다. 이 새는 열대 지방에 사는 새인데 다른 새들은 모두
놀기 바쁜 대낮에 뜨거운 햇볕을 등지고 '내일은 추울 거야'라고 걱정하며 집만 짓는다. 그렇게 걱정을 태산처럼 짊어지고 집만 짓느라 생을
즐기지도,여유 있게 보내지도 못한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밤이 되어도 집이 필요할 만큼 날씨가 추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새 역시 몇 차례의
헛수고 경험에도 해가 뜨면 또 '내일은 추울거야'라고 걱정하며 하루 종일 쓸모없는 집짓기에 여념이 없다. 머리에 온갖 걱정만이 꽉 차 있는 계획
없이 부지런만 떠는 인간의 전형을 꼬집는 새 이름이다.
한 새는 너무 게을러서 탈이고 다른 한 새는 쓸데없이 부지런해서 탈이다.그러나 정반대인 이 두 새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지혜가
없다는 것이다.좀더 거창하게 말하면 두 새는 '전략 부재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이면 집지리새'는 목표를 자주 잊어버리거나 방황하는 인간 유형을 가리킨다. 어떻게 보면 목표가 없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다. 목표를 잃어버린 채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대로 즐기기 바쁜 이러한 사람을 결국 그렇게 살다가 죽는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삶에서
그 어떤 새로운 성취감도 찾을 수 없고 사회적으로도 생산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늘 남에게 의존하며 기생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내일은 추우리새' 의 인간형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이라면 일단은 자신안에 있는 조바심과 천재적인(?) 준비성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앞서서 내일에 대한 걱정과 초조함, 근심에 빠지기 때문에 시야가 좁다는 단점이 있다.
단견에 시야가 가려져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고 그나마의 단기적 시각마저도 한정적이고 폐쇄적이 되기 십상이다. 또한 이러한 유형의 사람에게
있어 삶은 언제나 '고통의 바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러한 유형의 인간이 갖는 가장 결정적인 단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과정,
그 삶 자체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에 사로잡혀 과정을 잃어버리는 꼴이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삶 자체의 의미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목표라는 것도 제대로 설정된 목표인지가 불확실하다. 따라서 이러한 유형은 자신의 목표부터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자신의 삶에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선로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점검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의 사람은 자신의
시선을 '내일'보다는 우선 '오늘'로 돌려야 한다.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충실한 현재가 있을 수 없듯이 장밋빛 미래만으로 현재를 담보할 수는
없다.
'내일이면 집지리새'와 '내일은 추우리새'는 극단적인 두 가지 인간 유형을 보여준다. 물론 모든 사람을 이 두 가지 유형만으로
이분법적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이 두 가지 유형의 성격을 조금씩은 갖고 있을 수 있다.
위 글은 앵커 백지영의 '나는 나를 경영한다'라는 책에 적힌 글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