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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돌담에 박힌 선인장 꽃

아름다운친구 2006. 6. 3. 04:38

 

어제 오후 중산간 마을을 지나다 현무암 돌덩이로 쌓은 집 울타리에 붉은 것이 보이길래 뭔가 하고 급정거를 하여 차를 세워놓고 다가가 보니 바로 이 선인장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 제주에 자생지를 갖고 있는 손바닥 선인장은 아주 흔했습니다. 뭔가 꽃을 가져오라고 하면 장독대 옆에 심어놓은 것을 한 가지 뚝 꺾어 가져가면 그만이었죠. 화상을 입을 때도 한 잎 딱 꺾어 반으로 오려 붙이면 쉽게 나았죠.
 
 하지만 파월 장병이 되어 1년 동안 베트남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 선인장을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보았던 것들은 바로 막사(幕舍) 옆에서 보았고, 어쩌다 공원 같은 데서 모아 놓은 선인장 종류에 감탄을 하기도 여러 번이었죠. 그런데, 오늘 본 이 선인장은 비교적 작은 종류로 돌담 사이에 꾹꾹 끼어놓은 것이 너무도 잘 살아나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제주 현무암과 천생 연분이라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 선인장 
     

사막에서도
나를
살게 하셨습니다

 

쓰디쓴 목마름도
필요한 양식으로
주셨습니다

 

내 푸른 살을
고통의 가시들로
축복하신 당신

 

피 묻은
인(忍)고(苦)의 세월
견딜힘도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살아 있는
그 어느 날

 

가장 긴 가시 끝에
가장 화려한 꽃 한 송이
피워 물게 하셨습니다

 

                                   이해인

 

 

 

♧ 선인장

 

정작 아름다움엔
가시가 있었다

 

그리다 그리다
지쳐버린 눈물이 말라
굳어버린 분신

 

이제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

 

어느날, 무심코
주위를 맴도는 나비에
붉은 꽃을
피우고 말았네.

 

                                시리 이성희

 

 

♧ 선인장 8
      
피닉스(Phoenix) 황사 날리는 허허로운 벌판에
푸르게 선 채, 
말이 없다고 뜻이 없는 게 아니야

 

허공에 얼비치는 얼굴
바람 한 점 없이도 흔들리는 줄기
서 있는 바위 하나 두고
갔지만
홀로 서 있는 의미와
그 끝없는 도전
몸 속 차게 흐르는 피의 순환로
 
                                                유창섭

 

 

 

♧ 선인장의 역설

 

스스로의 뼈를 부수어 만든 마름쇠
살갗에 박고,
결식으로 발돋움하는 내핍의 사구
선인장은 혼신으로 부르짖고 있다.

 

발부리는 땅 속을 헤매지만
연륜을 몰라
가도가도 심해 빛 심해 같은 마음으로
맹물을 마시며 푸르른 목숨.

 

능선인가, 골짜긴가,
아슬한 정점 어디인가,

 

몇 십 굽이 그 끝에 피어나는
태초의 정적 속에 빛살 터지는
그러한 아침이 오기는 올까?

 

온 몸이 눈이요, 이파리요, 꿈
온 몸이 팔다리인
두루뭉수리,

 

포화 지나간 거리의
벽돌 조각 사이나
바람마저 메마른 어느 벌판에 던지어도
스스로의 샘물에 목 추기며
잃지 않는 균형으로 너는 있고,

 

한 발짝만 들어서면
너의 마음 언저리
피안에 잇닿아 출렁이는 강물은
태양을 부르는 풋풋한 육성인 양……
 
                                                     박홍원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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