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전주에 살고 있는 넷째언니가 새 아파트로 입주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찾아가지 못했던 까닭에, 친정집에 들렀다가 언니네 집에도 방문을 했습니다. 망설이지않고 집으로 가져와서 기어코 살려놓고야 만다는 넷째 형부는 넓다란 베란다에 많은 종류의 화초들을 잘 가꾸어 놓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시동생들의 권유로 미국 이민을 검토하고 있었기에,
저는 넷째언니에게 만일 언니네 가족이 이민을 가게 된다면 그 많은 화분들을 어떻게 처분할거냐고 물으면서 넷째 형부의 정성 어린 보살핌이 그대로 느껴지는, 잘 가꾸어진 몇 개의 화분을 욕심껏 자동차에 실었습니다. 군자란, 산세베리아 그리고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느 화분이었습니다. 다음해 봄, 연분홍빛의 별꽃을 한무더기 활짝 피워 놓아서 얼마나 반갑던지요. 우리집에 별꽃이 피었다고 유난을 떨었습니다.
별처럼 생긴 모양과는 다르게 향기는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 조금은 독특한 향을 지닌 별꽃은 매년 봄부터 여름내내 피고 지기를 반복하면서 저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하고는 했습니다. 분갈이를 해 달라고 꽃집 아저씨께 맡겼는데, 늦은 저녁 화분을 가져 온 아저씨께 저 별꽃의 정확한 이름이 무엇인지 여쭈었더니 아저씨는 대번에 '호야'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왠지 꽃의 생김새와 꽃의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에 '호야'라는 이름이 제 마음에 자연스럽게 와닿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다음에 활짝 핀 모습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카메라에 담아 두었습니다.
두 눈을 부릅 뜬 듯한, 무뚝뚝한 모습을 지으려고 애써 노력하는 달마대사의 얼굴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은 모습일테지만, 활짝 핀 호야 앞에서는 좀 더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결국 2003년 4월에 다른 시댁식구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언니네 가족이 떠나간 지 벌써 만3년이 지났습니다. 그 언니네 집에서 가져 온 화초들이 꽃을 피울 때면 유난히 넷째언니의 안부가 궁금하고, 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겨우내 소리없이 숨죽이고 있다가 5월이면 동시에 별꽃 웃음을 한꺼번에 쏟아놓는 호야. 지난 해에는 좀처럼 만나기 쉽지않은, 청초한 느낌의 산세베리아꽃까지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넷째형부처럼, 남이 내다버린 죽어가는 화초까지 살려내는 남다른 재주는 없습니다.
하지만 넷째언니가 준 화초를 가꾸면서, 죽어가는 화초까지 건강하게 살려내기 위하여 온갖 정성을 쏟아 부었을 넷째형부의 화초에 대한 사랑을 감히 헤아려보기도 합니다. 제 작은 정성의 수만배의 즐거움으로 되돌려주는 화초들의 푸짐한 인심과 넉넉한 여유를 느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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