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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터넷 배경음악을 공유하자, Qbox 인터뷰

아름다운친구 2006. 2. 22. 06:28

- 이미 300만 명이 방문
- 인터넷 음악 무료화 주장이 아니다, 현재 모델로는 음악 산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
- 새로운 음악 듣기의 방법을 제안하고 도전하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2005년 11월 말, 포탈 사이트인 엠파스는 뒷통수를 세차게 후려 맞았다. 열린 검색 시리즈를 통해 네이버를 비롯한 경쟁사를 긴장케 하는 프로모션이 계속 진행 중이었는데 "배경음악 검색"이라는 서비스가 난데없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블로그와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을 검색하여 마치 MP3 플레이어처럼 서비스하는 큐우(qbox.com)가 나타나자 언론은 "무료 배경음악 검색"이라 부르며 연일 기사를 올렸다. 엠파스는 부랴부랴 열린 배경 음악 검색이란 걸 내놓았지만 이미 선수는 빼앗긴 후였다. 블로그와 미니홈피에서 사용하는 배경음악을 마치 뮤직 플레이어처럼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한 큐우는 그렇게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림. 큐우 홈페이지, www.qbox.com)


 

얼굴은 안됩니다

 

갑자기 나타나 배경음악 검색 서비스를 제공해 버린 큐우의 정체에 대해 음원 저작권 단체나 음악 서비스 제공 업체, 포탈들은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고심을 하던 중 이메일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의외로 곧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신이 왔는데 조건이 있었다.  익명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무슨 범죄자 인터뷰도 아니고 왜 익명을 요구하는가를 묻자 사정이 있다고 했다. 일단 만나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2월 초 아주 추웠던 날 인사동 찻집에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정체가 뭡니까?

 


(그림. 큐우 서비스의 대표, 익명을 요구했다)

 

나는 그동안 큐우를 만든 사람이 어떤 회사의 프로그래머나 학생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의외로 인터뷰 자리에 나온 큐우의 대표는 어린 사람이 아니었다. 만나자마자 대뜸 “정체가 뭐냐?”고 물어봤다.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자신과 회사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인터넷 업계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고 특히 온라인 음악 사업에 대한 식견이 있었다. 대표인 자신은 개발자 출신이 아니며 다른 개발자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큐우를 개발했다고 했다. 큐우의 개발, 유지는 사이버 컴퍼니(cyber company)라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한다,

 

큐우 : "큐우를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형태라고 생각했다. 큐우를 공개한 후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온라인을 통해 이런 조력자들과 대화하고 필요할 경우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여 임시 채용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사이버 컴퍼니다."

 

큐우를 공개한 후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찾았고 이용하고 있다. 특히 기존 미디어에서 이 서비스를 매우 많이 소개했는데 홍보를 위해 특별한 노력을 했나 물어 봤다,

 

큐우 : "그렇지 않다. 조용히 베타 버전을 내 놓았는데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 같다. 한창 몰릴 때는 하루에 40만 명 이상이 웹 사이트를 방문했다. 지금은 방문자가 조금 떨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큐우를 찾아와 음악을 검색하고 듣고 있다."

 

지난 1월 말 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누적 방문자가 3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큐우는 블로그와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을 큐우 플레이어라는 툴바를 통해 들을 수 있도록 한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서비스는 저작권이나 수익성 때문에 누구도 만들 지 않았다. 이들도 이런 위험성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왜 이런 서비스를 만들었을까?

 

큐우 : "나 또한 한동안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서 근무했었다. 한국 음악 시장을 분석하고 수익 모델을 분석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2004년부터 블로그 마케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직접 블로그를 꾸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블로그의 배경 음악의 질이 매우 높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블로그 배경 음악 플레이어는 일반 MP3 플레이어에 비해 기능도 적고 음악을 듣기에도 불편했다. 그런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고민을 했고 큐우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가 좀 다르다. 언론에서 큐우를 소개할 때 무료로 음악을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로 소개를 해 왔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무료 음악 검색이 아니라 "배경음악 플레이어"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큐우 : "우리가 만든 건 무료 배경음악 듣기가 아니라 배경음악 플레이어다. 여기서 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경험한 배경음악이 포함된 블로그는 매우 아름다웠다. 그래서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배경 음악과 블로그를 등록하고 그걸 통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싶었다. 큐우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발자에게 이야기하자 그도 매우 재미있다고 이야기했다. 곧장 개발에 들어갔다. 지난 몇 년간 어떤 경험보다 흥미롭고 신나는 일이었다."


음원 저작권 문제에 대하여

 

 

배경 음악이라는 것은 개인이 어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서 자신과 방문자를 위해 구입한 것이다. 구입한 음원의 재배포는 불가하다. 큐우와 같은 서비스는 음원을 검색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도록 한다. 음원을 구입하지 않고도 마치 공짜 MP3 리스트를 확보한 것처럼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저작권 문제에 대해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큐우 :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 서비스가 법률적 문제가 있을 지에 대해 변호사의 자문을 구했다.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했다. 몇 가지 분쟁의 소지는 있었지만 서비스를 만들고 공급하는 것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큐우와 같은 서비스가 안 그래도 고사 상태인 한국 음반 시장을 완전히 망쳐 버리는 것은 아닐까? 소리바다, 당나귀, 프루나 같은 P2P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데 음악 서비스 제공 업체에서 일을 했다는 사람이 이런 서비스를 만든 이유는 뭘까?

 

큐우 :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수익 구조로는 음악 산업이 성장하거나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마련할 수 없다고 본다. 이미 붕괴된 한국 음악 시장에서 온라인의 월 정액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 서비스로 결코 시장을 다시 살릴 수 없다. 음악을 듣는 방법이나 형태가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가능성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큐우가 그런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음악을 듣고 즐기는 방법이 바뀌면 과거의 가치 사슬이 붕괴되고 새로운 가치 사슬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애플의 아이튠즈)

 

그는 한국 음반 시장의 현실과 자신들이 예측하는 향후 음악 시장의 변화에 대한 짧은 소개서를 내게 보여주었다. <음악 서비스 Value Chain 분석>이란 제목의 분석서는 음악 유통 구조의 변화에서 앞으로 'MP3 다운로드'는 기존 유통 채널을 이용할 것이지만 '스트리밍'의 경우 음악 관련 새로운 콘텐트가 등장할 것이며 매우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새로운 콘텐트를 유통하기 위한 새로운 채널이 나타날 것이고 이것이 음악 시장을 살릴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주장과 예측은 좋다. 그런데 왜 큐우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즉 큐우가 새로운 콘텐트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큐우 : "현재 구조로는 안된다고 봤다. 뭔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변화의 포인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개발한 큐우는 일종의 방송 채널을 위한 리모콘이다. 음악도 여러 콘텐트 중 하나다. 사용자들이 쉽게 음악을 찾을 수 있고 리모콘처럼 간단한 동작으로 음악 리스트를 관리하길 바랬다. 게다가 그런 음악을 선택하고 제공하는 사람들끼리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콘텐트가 생산될 수 있고 가능성이 열린다고 본다."


큐우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큐우 서비스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 조용히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운영 내용이 기사화된 적도 없다. 인터뷰를 통해 여러가지 큐우에 대한 질문을 했다.

 

블루문 : "지금까지 큐우를 사용한 사람들은?"
큐우 : "앞서 이야기했듯 많이 방문할 때는 하루에 40만 명까지 방문한 적이 있다. 요즘은 10만 명 정도가 방문한다. 지금까지 큐우 툴바를 다운로드한 횟수는 약 60만 회 정도가 된다."

 

블루문 : "엠파스의 열린 배경음악 검색과 달리 블로그나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을 수집하지 않고 직접 등록한 경우만 검색을 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큐우 : "일단 저작권 문제도 있었고 그런 식으로 마구 수집한 데이터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큐우는 음악을 쉽게 관리하고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배경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이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랬다. 같은 음악 취향을 갖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무작정 수집하는 게 아니라 직접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등록하도록 한 것이다."

 

 

블루문 : "그럼 서비스 초기 등록한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때는 수집을 했나?"
큐우 : "그렇지 않다. 내 아이들과 조카, 친구들에겐 등록을 권유하긴 했지만 수집은 하지 않았다. 그 이후엔 입소문을 통해 등록자가 늘어났다. 현재 3만 8천 명이 자신의 미니홈피와 블로그 배경음악을 등록했고 4십 2만 곡 정도를 들을 수 있다."

 

블루문 : "음악을 들으려면 툴바를 설치해야 하는데 거기에 광고를 하거나 사람들 모아서 팔아 먹든가 뭐 그런 꿍꿍이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큐우 : "처음엔 좋은 배경음악 플레이어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열광적인 반응과 방문자가 생기자 지금은 사업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유료화라든가 광고 모델을 도입하겠다는 건 아니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끼리 연결시켜주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고 이건 사업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블루문 : "큐우의 아이디어는 흥미롭지만 기술적 독보성이나 경쟁력은 낮은 것 같다. 사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는 서비스 아닌가?"
큐우 : "기술적인 독보성은 없다고 본다. 서비스를 기획할 때 큐우를 공개하면 2개월 이내에 동일한 서비스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몇몇 유사한 서비스는 나도 본 적이 있다. 다만 누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계속 할 수 있는 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본다. 무료 음악, 공짜 음악에 포커싱을 한다면 그 다음에 뭘 해야 할 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블루문 : "큐우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
큐우 : "최초 개발자였던 나와 또 다른 개발자를 뜻하기도 하고 뮤직 큐~의 ‘큐우’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후자 쪽이다."

 

블루문 : "음원 저작권 단체에서 연락이 왔을 것 같다"
큐우 : "경고가 담긴 이메일을 받은 적은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협조 요청이라고 보기엔 좀 강한 메시지였고 그렇다고 저작권 법 위반을 경고한다고 보기엔 좀 약했다."

 

블루문 : "큐우 사용자들이 보내오는 메시지는 주로 어떤 것인가?"
큐우 : "웹 2.0을 구현한 서비스다. 무료로 음악 듣게 해 줘서 고맙다. 아이디어가 좋다 등등 다양하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음악을 듣다 보니 좋은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발견하게 되어서 기쁘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주목을 하고 있다. 이런 걸 통해 감성 검색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블루문 : "계속 무료로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개발/운영 비용이나 서버 유지비 등도 만만치는 않을텐데?"
큐우 : "우리가 처음 이 서비스를 개발했을 때 밥벌이에 급급한 상황이 아니었다.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의 한도에서 서비스를 개발했고 때문에 개발이나 운영 비용에 대한 고민은 없다. 어쩌면 큐우 또한 하다가 사라질 것 수도 있다는 생각은 분명히 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익명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큐우를 개발한 이유가 개인적 영웅의식이나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오해를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발하고 재미있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계속 만들어가고 싶을 뿐이다."

 


 

 

한국 음악 시장에 대한 고민들

 

3시간 가까운 인터뷰가 끝난 후 우리는 자리를 옮겨 새벽 2시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큐우를 개발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모든 시간을 올인해도 아깝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온라인 음악 시장이나 새로운 웹 서비스에 대한 고민도 나누었다.

 

그는 한국 음악 시장의 현실을 매우 우려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론 미래를 낙관하고 있었다. 큐우를 공개할 때 나름대로 잘 나가고 있는 음원 유료화의 물결을 깨뜨리는 것이 아닌가 싶은 염려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은 현재 음원 수익 모델은 곧 파탄 지경에 이를 것이며 때문에 차라리 그런 구조를 깨뜨려 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좀 더 나은 음악 관련 수익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생각이나 방식이 옳은 지 또한 큐우가 그가 꿈꾸는 그런 역할을 할 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지금 당장 그가 뭐라고 주장을 하든 사람들은 큐우와 같은 서비스를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한다. 그런 딜레마를 그가, 큐우가 어떻게 극복할 지 일단은 좀 지켜볼 셈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일주일쯤 지나서 이메일이 도착했다. 그는 이전보다 좀 재미가 없다며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나는 이런 답신을 했다,

 

"새로운 것을 계속 쏟아내세요. 어떤 하나의 아이템이 좀 잘되면 그걸로 성공하려는 게 '과거 성공의 프로세스'였다면 요즘은 '쏟아내고 그 중 하나를 건진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머리 속에 제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가 가득 차 있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이 썩기만 할 뿐이다. 아이디어를 쏟아 내야 비로소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시 담을 수 있다. 큐우는 남들이 생각만 하는 걸 직접 했고 이제 새로운 도전 과제를 받아야 할 시점이다. 그들이 새로운 과제를 잘 찾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들이 꿈꾸는 그것을 이루게 될 지 모른다.

** 큐우 블로그 http://blog.naver.com/qboxcom/ 에서 이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 '블루문'은 인터뷰어의 필명이다. IT 전문 블로거이며 웹 컨설팅 회사인 Tracezone.com 의 대표이기도 하다. www.i-guacu.com에서 '이구아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출처 : 블로그 > Interview Log | 글쓴이 : 블루문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