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안에서♡/컬럼...피러한

같이 밥 먹읍시다!

아름다운친구 2015. 10. 11. 17:35

 

같이 밥 먹자! 어느 날 케이블 TV채널을 돌려보는데 먹방 프로가 얼마나 많던지 호기심으로 세어봤는데 250여개 채널 중 1/10 정도가 음식 관련 프로를 진행하고 있었다. Africa TV에서는 아예 먹방 관련 프로그램이 1/3이나 된다고 한다. 그동안 TV 예능프로가 다양해지면서 독신, 육아, 여행, 기타 특이한 주제를 넘어서 이제 쿡방까지 영역을 넓혀 왔던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맛집소개’ 등은 있었지만 지금은 먹방을 넘어서 아예 쿡방(직접 요리를 시연)이 대세다. 프로그램마다 요리하고 먹느라 정신들이 없다.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쿡방이 넘쳐나면서 대한민국은 지금 요리공화국을 넘어서 푸드 포르노에 빠져가는 웃지 못 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TV 프로듀서들은 시청률을 의식하여 어찌하든지 선정적으로 찍어 시청자들에게 자극을 주려는 판인데, 이제 음식관련 프로조차 동일한 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다. 곧 음식 만드는 과정 자체를 유희화 하면서 생각지 않은 ‘푸드 포르노’나 ‘요섹남’이 탄생한 것이다. ‘푸드 포르노’란 음식 프로를 보면서 대리만족하므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데서 기인했는데, 음식이란 매개체를 갖고 눈요깃거리로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포르노처럼 입과 혀, 위장 그리고 머리까지 자극시켜 풍요 속의 허기를 채우고 있다. ‘요섹남’은 요리를 섹시하게 하는 남자로 음식 속에 정서적인 공유지점을 함유하려고 음식솜씨가 섹시하다는 억지 같은 논리를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의 초점은 섹스로 모아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새삼 유명 쉐프 인기는 그야말로 상한가를 치고 있다. 쿡방 열풍에 ‘쉐프돌’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졸지에 새로운 문화리더들이 되어가고 있다. 몇 일전 지인이 백종원 씨가 뽑은 ‘전국 3대 칼국수집’이 강릉에 있다고 해서 같이 갔는데 줄은 얼마나 긴지 포기하고 되돌아간 적이 있었다. 주방에서 나온 쉐프들이 왜 예능인이 되어가고 있을까. 왜 이 시대는 ‘요섹남’이 필요한 것일까. 남 먹는 게 뭐가 재미있다고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쿡방이 더 화제가 되고 있을까. 외국에서는 음식 촬영조차 금지하는 식당이 많아지는 이유는 단순했다. ‘다른 걸 잊고 먹는 순간을 즐기자는 의미’였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네의 쿡방 붐은 어찌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혹자는 식탐문화를 조장한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물론 부모들은 자식이 먹는 것을 보면 흐뭇하지만,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는 먹는 일이 연관될 수밖에 없는 것은 ‘보릿고개’를 보내면서 먹는 행위 자체에 문화적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여겨진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상당수 명사에 우리는 ‘먹다’를 붙여왔다. 나이 먹는다. 욕을 먹는다. 마음먹는다. 등등은 춥고 배고픈 한국인들은 숙명적 고난의 역사 속에 먹는다는 행위는 축복이요 타인에게 덕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손님에게 진수성찬 접대하는 것으로 부를 과시하는 문화였지만 이제는 한 끼 라도 웰빙 푸드와 함께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원하기에 쿡방까지 온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 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런 역사적인 외적인 요인보다 더 근본적인 열광의 뿌리는 외로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1인 가구의 급증과 함께 편의성 중심의 패스트푸드 영역이 급속히 팽창되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외로움은 더욱 극대화 되어만 간다. 한국인은 식사할 때 꼭 같이 먹는 문화가 있기에 혼자 먹으면 친구가 없다고 생각한다. 혼자보다는 함께 왁자지껄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 식문화 바탕 속에 먹방이나 쿡방은 대안이 될 수 있기에 인기를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르겠다. 혼자 밥 먹는 일은 사소한 일 같지만 어찌 보면 굶는 일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1주일에 10회 이상 혼자 밥 먹는 사람(혼밥)이 67%나 된다는 통계는 어느 덧 ‘혼밥’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최근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페이스북의 동영상에는 혼자 식사를 하는 이들을 위한 중국집을 소개했다. 1인 가구 급증이 만들어낸 웃기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슬프기도 한 새 풍경이었다. 물론 사회생활하면서 ‘혼밥’이 대수롭지도 않는 일이 되고 있음에도, ‘너무 외로워 TV 보면서... 내가 너 혼자 밥 먹는 일 없게 해줄게...‘라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일상의 행복을 넘어 축복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현대인들을 더욱 당혹케 만든다. 이러한 함께 먹음 자체가 인생의 큰 행복 임에도 우리 주변엔 ‘삼식이 세끼’라는 어이없는 유머가 떠돌고 있다. 아니 하루 세끼를 집에서는 먹는 남자를 ‘간 큰 남자’라고 말한다. 한 평생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퇴직 후 집에서 밥 먹는 남자를 ‘삼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통적인 부부역할의 해체라는 현실적 반응일지 모르겠다. 그동안 여자는 집 안 일 중에서 밥하는 일이 주요업무였다면 남자는 밖에 나가 돈 버는 일이었는데 시대가 바뀌어 이러한 서로에 대한 역할이 재해석되면서, 남자가 요리를 하고 남자 쉐프에 대한 환상 등을 부지불식간에 받아들이기에 TV는 먹방과 쿡방으로 도배된 것이다. ‘같이 커피 마시자!’라는 말보단 ‘같이 밥 먹자!’라는 따뜻한 한 마디 말에 상처를 치유 받았다는 어느 지인이 있었다. 그만큼 밥 먹자는 권유는 지금 세상에서 어쩜 가장 설레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이 말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회생활하면서 밥 먹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별되기 때문이다. 90년 인생에서 총 10만 끼의 식사를 누구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더 풍요로워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 만한 나이가 되었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는 바이블 말대로 어디 여행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누구라도 밥 먹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내가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 인기 쉐프들이 자신만의 고유 레시피를 서슴없이 공개하듯 내가 열려야 누구라도 밥을 먹어도 힐링이 되는 소중한 순간이 될 것이다. 2015년 10월 11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ꁾ포남님, 우기자님, 이요셉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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