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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 花 - Poollip

아름다운친구 2015. 4. 15. 07:00

 

 

落 花

 


꽃잎 하나가 맑은 고딕체로 나풀거린다
간결한 문장만큼 한줄로 춤을 춘다
고요한 계곡, 늙은 산벚나무 가지를 떠나
산정에서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니체의 무모함도 놀라 자빠질 거침없는 낙화

 

일순
시간이 정지하고 먼저 떨어진 꽃잎이
바닥에서 아우성 치는 모습에 뒤를 돌아보니
우수수....

 

앞서가다 팽팽해진 목줄에 날개짓 접고
자판 위를 더듬거리는 주름진 손가락에 눈 길이 머물러
나도 잠시 멈춰섰다.

 

'섰다'는 건 생각 뿐이고
시간위에 얹혀 불가항력의 행진을 하고 있는

 

나는 떨어지고 있는 걸까 걸어 가고 있는 걸까....

 

바다에서도 산에서도
Poollip

 

 

 

 

꽃이 진다
몇일을 누리고자 그 긴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이겨 피었다가
칠일도 버티지 못하고
꽃잎이 진다
벚꽃이 진다

봄날이 간다


Poollip

 

Garden Of Dreams / Giovanni Marr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