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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행이다 - 태풍 곤파스로 인해

아름다운친구 2010. 9. 8. 12:42

 

 참, 다행이다[ http://www.positive.co.kr/good/69880_48_113 ]

곤파스에 이어 말로까지. 연이은 태풍에 별일 없으셨나요? 전 어릴 때부터 줄곧 아파트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기상 현상에 대해서는 좀 둔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곤파스라는 녀석 덕에 따끔하게 혼쭐이 났지요.

태풍이 온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기에 출근길이 괴롭겠구나, 생각은 했습니다. 새벽 4시경 창문이 바람에 들썩이는 소리에 잠이 깨 문단속을 하면서도 큰 염려는 없었지요. 그런데 7시쯤, 출근하시는 아빠를 배웅하고 욕실로 향하는 순간 “딱, 쾅, 찍!” 정확하게 세 번의 파열음이 울렸습니다.
설거지를 하던 엄마와 소리가 난 베란다로 뛰어갔습니다. 그 앞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저희 집 강아지가 벌렁 누워 사지를 떨고 있더군요. 그리고 너비가 2m는 족히 넘는 창문에 제 얼굴만 한 구멍이 뻥 뚫려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엄마는 울상이고 출근하신 아빠와 경비원 아저씨까지 몰려 왔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보니, 아파트 옥상에 장식해 둔 기왓장이 바람에 날려 와 저희 집 창문에 그대로 꽂혀 버린 거죠. 바람은 뚫린 유리창을 산산조각 내겠다는 듯 덤비고, 당장 손 쓸 겨를이 없던 저희 가족은 포장용 테이프로 창문 전체를 막았지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 보니 이중으로 되어 있는 창문 중에 다행히도 바깥 것만 부서져 하나의 창문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아, 다행이다.” 소리가 절로 나더군요. 또 지나가던 사람이 유리 파편을 맞았으면 어쩌나 싶어 들여다보니 집 밖으로 떨어지지 않고 창과 창 사이에 모여 있더라고요. “아,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창문을 대충 수습하고 나니 다행히 비바람이 잦아들어 더 이상 피해 없이 곤파스를 보냈습니다.
오십 년 넘게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엄마에게 아빠가 그럽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큰 피해가 없었으니 참 다행이지.”

우리 인생에서 다행이 없었다면 얼마나 고단했을지를 생각해 봅니다. 언제나 나를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어서 '다행' 이고, 벅찬 업무 속에서도 함께 고생해 주는 동료들이 있어 '다행' 이고 부족한 나를 많이 사랑해주는 연인이 있어 '다행' 이지요. 일상 속에서 제가 찾는 다행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행복도 자라겠지요.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참 다행입니다.

글 《행복한동행》임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