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수 국 詩 : 김인호
보란 것 없이 사는 일 늘 헛되구나 그랬었는데
왕시루봉 느진목재 오르는 칙칙한 숲 그늘에 가려 잘디잘고 화사하지도 않은 제 꽃으로는 어쩔 수 없어 커다랗게 하얀, 혹은 자줏빛 몇 송이 헛꽃을 피워놓고 벌나비 불러들여 열매를 맺는 산수국
애잔한 삶 들여다보니
헛되다고 다 헛된 것 아닌 줄 알겠구나
산 수 국 꽃 詩 : 김용택
아침 저녁으로 다니는 산 아래 강길 오늘도 나 혼자 걸어갑니다
산모롱이를 지나 한참 가면 바람결처럼 누가 내 옷자락을 가만가만 잡는 것도 같고 새벽 물소리처럼 나를 가만가만 부르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 자리를 그냥 지나갑니다
오늘도 그 자리 거기를 지나는데 누군가 또 바람같이 가만가만 내 옷깃을 살며시 잡는 것도 같고 물소리같이 가만가만 부르는 것 같아도 나는 그냥 갑니다 그냥 가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가만히 흔들렸던 것 같은 나무이파리를 바라봅니다 그냥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갑니다 다시 가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가만히 서 있다가 흔들렸던 것 같은 나뭇잎을 가만히 들춰봅니다 아, 찬물이 맑게 갠 옹달샘 위에 산수국꽃 몇송이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나비같이 금방 건드리면 소리없이 날아갈 것 같은 꽃이파리가 이쁘디이쁜 산수국꽃 몇송이가 거기 피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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